MZ세대 셀럽, 글 쓰는 변호사 정지우의 첫 글쓰기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우너생) 출간 인문,사회과학

★ 김겨울 북튜버, 김성신 평론가 강력추천! ★

★ 글 쓰는 변호사 정지우의 첫 번째 글쓰기 에세이 ★

쓰고자 하는 사람이 쓸 수 있도록,

‘글쓰기’를 둘러싼 거의 모든 이야기

√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 한두 명이던 작가 지망생이

√ 10여 권의 책을 내고, 변호사라는 제2의 직업을 갖기까지.

√ 일하며 먹고사는 직업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말해주는

√ 쓴다는 것의 중요함과

√ 쓰는 사람이 얻게 되는 힘에 관한 진실한 이야기.


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첫 번째 글쓰기 에세이

- 초판 한정 저자 사인 인쇄본

“나는 지금껏 해온 글쓰기의 거의 모든 지평에 관해

이 책에서 이야기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고전에 기대는 시간》 《분노사회》 《청춘인문학》 등, 에세이스트와 문화평론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 정지우가 첫 번째 글쓰기 에세이집을 내어놓는다. 20여 년간 소설, 인문서, 에세이, 칼럼, 서평, 평론,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쉼 없이 글을 써온 작가는, 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에서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균형 잡히고 따뜻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정지우를 꼽았으며, 에세이스트 김혼비, 소설가 김사과, 사회비평가 홍세화, 시인 장석주, 방송인 오상진, 사회학자 노명우, 뮤지션 오지은 등이 정지우의 책들에 호평을 보낸 바 있다.

집필 작업 이외에도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이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커다란 자극이 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한 연대를 꾀하며 동시대 여러 젊은 작가들과 함께 에세이 구독 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등을 기획해 참여하고 있으며, 글을 쓰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크고 작은 글쓰기 모임과 강연 등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가 그렇게 20여 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오롯이 담아낸 “글쓰기에 관한 증언”들이다. 이 책은 그리하여 어느 한 작가의 성장의 기록이자, '글쟁이'로서의 정지우의 모든 것을 담은 자서전이라 불려도 좋다. 숨 쉬듯 글을 쓰고, 글쓰기가 곧 삶이 된 작가 정지우가 펼쳐놓는 내밀한 생각들은, 글을 쓰고자 하고, 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안내이자 섬세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쓰는 법, 쓰는 이유, 쓰는 생활, 쓰는 고통에 관하여

“내 안에 가득한 재료가 뜨거움이 식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이 시절에,

누군가에게 이런 것들을 전해야 한다고 느낀다.”

“지금껏 해온 글쓰기의 거의 모든 지평에 관해” 썼다고 말한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글과 글쓰기 자체에 대한 고찰,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조언뿐만 아니라, 불안하고 막막했던 습작 시절, 글을 써서 먹고사는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의 삶, 글 쓰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대감, 글쓰기의 트렌드와 책의 미래, 작가로서의 내적·외적 기쁨 혹은 고통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를 둘러싼 거의 모든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보석 같은 조언들은 정지우 글쓰기 노하우의 정수라 할 만하다.

작가는 제일 먼저 글쓰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만한 강연이나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데, 그에 따르면 글쓰기란 ‘머리’로 배우는 것이라기보다는 ‘몸’으로 익히는 습관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한 해에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열흘이 넘지 않는다는 그는, “글 쓰는 몸”을 만들어온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힌 것들을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내어놓는다. 어떻게 꾸준히 쓸 수 있을지, 글쓰기를 시작할 동기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독자를 마지막 문장까지 붙잡아놓는 '지연'과 '절제'의 기술이란 무엇인지, 새롭고 신선한 표현을 만들기 위해 오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아끼거나 숨겨둔,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비법, 기술 같은 것은 없다.” 어떤 대단한 경험, 거창한 생각, 깊은 공부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놓여 있는 삶, 어느 평범한 일상, 아무렇지 않았던 오늘 하루를 자기만의 시선과 색깔이 담긴 한 편의 글로 풀어내는 방법을 작가는 조곤조곤 펼쳐놓는다.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정지우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답고 무해한 문장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통해 위안받기를,

그의 삶이 보다 나은 쪽으로 인도되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으므로.”

무엇보다 작가는 실제로 매일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된 ‘글쓰기의 힘’을 자신의 삶을 통해 생생히 증언하며, 이미지와 영상이 대세가 된 시대에 글쓰기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고작 한 문단 쓰는 일을 어려워했던 날들, 하루 방문객이 한두 명밖에 되지 않는 블로그에 글을 끼적이던 시절을 지나, 어느 순간 한 편의 글을, 한 권의 책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변모해갔다. 이제 그는 다수의 책을 내고 글을 가르치며, 글을 매개로 전에 닿을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위로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경험을 한다. 물론 소속 없는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기에, 그 자신 '변호사'라는 제2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결과는 버텨낸 시간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20여 년 전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그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꼭 글 쓰는 일로 먹고사는 전업작가가 아니더라도, 정체성의 일부로서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신의 체험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가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들은 어떤 꾸밈도 없이 진실하게 다가가고, 문장들은 물 흐르듯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가능한 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스스로 애쓰”며, 세상에 그러한 진실이 가득하길 바라는 태도가 그의 글에 배어 있다. 삶과 글이 일치하는 정지우의 문장들은 그래서 아름답고 무해하다. 삶에 어떤 태도를 지닐 것인가? 글쓰기에 그것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노하우를 넘어, 삶과 글이 맞닿아 있다는 글쓰기의 본질을 그 자신의 문장들을 통해, 글 자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아름다운 교본이 되어준다.


■ 추천사

정지우 작가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강력한 글의 옹호자이다. 그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글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글의 모든 면면을 진진하게 겪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와 알아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순간도 작가가 아니었던 적이 없으며, ‘작가’라는 말이 ‘글을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것을 잊은 적도 없다. 글이 곧 삶이었고 삶이 곧 글이었던 그가 글쓰기에 대해 쓴 책은 기대만큼 반갑다. 글쓰기란 무엇인지, 글쓰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글이 어떻게 삶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_김겨울 작가, 유튜버

정지우의 문장은 묘하다. 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읽는 이의 심장을 움켜잡는 악력은 가공할 정도다. 정지우는 이 책에서 ‘글 쓰는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그는 글을 쓰는 노-하우(know-how)에 대해선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글을 쓰는 노-와이(know-why)’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에 관한 고민 없이 ‘어떻게’에만 집착해온 습관이, 글을 쓰는 우리의 태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음을 깨닫게 한다. 바로 이런 부분은 여타의 글쓰기 책들과 이 책이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글 쓰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정지우의 말을, 나는 망설임 없이 믿는다.

_김성신 출판평론가


■ 차례

프롤로그: 글 쓰는 ‘몸’을 만드는 일

1장. 쓰는 법: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첫 문장을 기다린다

시작할 동기

시선의 힘을 드러내는 일

오감의 세계, 감각의 교차

‘지연’과 ‘절제’

‘무맥락’에 대한 인식

글쓰기는 거리두기이다

‘단문 쓰기’ 유령

타자를 붙잡는 기술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

에세이 쓰기의 원칙

많이 쓸수록 좋다

자기 스타일을 알아가는 여정

‘과거의 나’를 상상하는 일

인풋과 아웃풋의 통로

딴지 걸어줄 사람

어떻게 꾸준히 쓸 수 있을까

누가 작가인가

비판하고 옹호하는 글쓰기

2장. 쓰는 이유: 쓸수록 더 중요해진다

백지를 사랑한다

언어가 나를 빚는다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존재

쓸수록 더 중요해진다

구멍을 메우려는 시도

사랑은 글쓰기와 닮았다

내 삶을 보다 정답게

각자의 삶은 각자에게 전적이다

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자를 통한 우주

가장 진실한 방식

상처 난 몸으로 사막을 건너듯

가라앉을 것 같은 날일수록

내 글은 내 것이 아니다

모든 시절의 고고학자

그를 위함으로써 나를 위하는

세상에 대한 예의

책을 출간하고 나면

단 한 명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3장. 쓰는 생활: 그것을 믿는 사람은 이미 작가다

왠지 기분 좋은 글

학창 시절에는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글쓰기의 ‘가성비’

매일 쓰면 일어나는 일

세상을 걸어 다니며 쓰기

한 줄 평 시대

백지와의 관계

글 쓰는 직업의 두 경향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쓴다

남다른 고집을 부려보는 삶

자아를 옮겨 탈 수 있는 능력

진실의 조각을 주워 담는다

몽상의 매혹을 아는 사람

사랑이 모호할 때, 로맨스 소설을 읽자

유혹을 바란 적 없는 몸짓은

그 삶을 회수하여 이 공간으로

4장. 쓰는 고통: 글쓰기에도 싸움이 필요하다

살기 위해 쓴다

좋은 글은 통념과 싸운다

이야기되어도 괜찮은 이야기

누구에게 인정받는가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나 이상의 것을 말하지 않기

불편함이 없는 글은 없다

글 쓰는 사람에겐 증오가 많다

자존감을 제대로 쌓는 법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

프로 혹은 프리랜서

결과는 버텨낸 시간과 일치하지 않았다

미워하는 마음을 마주하기

개인성을 옹호하며

프로가 지겨움을 이겨낸다면

낡아빠진 언어들

창작자는 창작만 하지 않는다

좋은 삶을 살려는 의지

내 글에 더 이상 나은 것이 없다면


■ 본문 미리보기

우리는 시선의 존재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 모든 것을 응시하고, 그 응시의 기록을 남기고자 글을 쓴다. 관념으로 도피하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대상 곁에 살아 있기 위하여.

_23쪽 <시선의 힘을 드러내는 일>

나는 글을 쓰면서 울면 안 된다고 믿는다. (…) 울고 있는 나, 슬퍼하는 나, 아파하는 나를 노려보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내가 어디에서 우는지 바라보고, 내가 왜 슬퍼하는지를 또박또박 적어나가야 한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글 한 편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자리에 엎드려 엉엉 울어도 좋다.

_37쪽 <글쓰기는 거리두기이다>

소설이 갈등과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칼럼이 사회현상에 대한 통찰 등을 중심에 둔다면, 에세이는 정서로 모든 것을 말한다. 글쓴이만이 가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들이 정서를 통해 드러난다. (…) 그 정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균열을 일으키며,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에 파열음을 낸다.

_52~53쪽 <에세이 쓰기의 원칙>

자본은 항상 전진과 확장의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과거는 자본주의 안에서는 재빠르게 폐기 처분되어야 하는 것에 가깝다. (…) 하지만 현대사회 혹은 자본주의 프로세스와는 별개로, 인간은 결국 과거에 뿌리내리고 살 수밖에 없는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글 쓰는 능력과 태도는 사람들에게 항상 ‘잊고 있던 무언가’를 환기하는 느낌을 준다. (…) 멈추거나 역행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삶을 멈추거나 역행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글쓰기가 갖는 특별한 지점이 생기는 것이다.

_63~65쪽 <‘과거의 나’를 상상하는 일>

일단 작가가 되는 게 목표라면,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매일 쓰는 것과 자신을 알리는 것. 그리고 결국 둘 다 해야 계속 작가일 수 있다. 작가란, 그저 계속 쓰는데 그를 작가라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_80쪽 <누가 작가인가>

문자가 지시하는 문자 너머의 세계에는, 어떤 영상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광대한 상상이, 그 밖

의 방법으로는 설명할 길 없는 심오하고도 복잡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문자는 그 광대한 세상으로 들어서는 문과 같은데, 그 문에는 오직 인간만이 들어설 수 있다.

_117쪽 <문자를 통한 우주>

누군가에게는 닿는다. 내가 가장 밀도 있는 순간들로 써 내려간, 나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믿었던 그 시간을, 그와 같은 밀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고요한 밤에 읽어내려가고 있는, 내가 있던 그 쓰기의 시공간에 함께 속하게 되는 한 사람이 있다.

_151쪽 <단 한 명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차마 인정할 수 없었던 상처가 사실은 인정해도 되는 것이었음을 검은 잉크로 새기며 알게 된다. 말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진실이 사실은 말해져야만 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과 화해한다.

_163쪽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건 나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뿐이다. 그 밖의 사람들은 나에게 호불호를 가질 수는 있어도 내게 깊은 영향을 주는 평가를 할 수는 없다.

_190쪽 <글 쓰는 직업의 두 경향>


■ 저자 정지우

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변호사.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소설을 쓰다가 인문학책을 썼고, 최근에는 진솔한 일상과 담백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를 써왔다.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이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극이 되고 있다. 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에서,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균형 잡히고 따뜻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N 〈프리한19〉, EBS 〈토요인문학콘서트〉, 〈SBS스페셜〉,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 등 다양한 교양·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KBS 〈생생 라디오매거진〉, 〈시사본부〉 등에서 문화 코너를 맡아 진행했다. 에세이와 소설 분야에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청, SeriCeo,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강연, 심사, 자문 등을 이어왔다.

쓴 책으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 《고전에 기대는 시간》,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분노사회》, 《청춘인문학》 등 10여 권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 신작 장편 소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한국문학

★★★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 신작 장편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소설 실험

 

이 얼마나 상쾌한 아침인가. 이 얼마나 축복받은 하루인가.

당장 집 밖으로 뛰어나가 외치고 싶었다.

나는 강간범이 아니다! 살인자가 아니다!”

-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중에서

 

어쩌면 사랑이란, 각자가 가진 콤플렉스의

역사가 만들어내는 교묘한 작용이 아닐까?”

-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중에서

 

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이 모던하트잠실동 사람들맨얼굴의 사랑에 이어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소설을 냈다. 전작들에서 헤드헌터, 교육을 좇는 학부모, 드라마 작가 지망생, 성형외과 의사 등 우리네 현실에 밀접한 인물들을 꼼꼼하게 그려내 도시 세태의 관찰자라 불린 작가가, 이번에는 젠더를 주제로 특유의 관찰자적이면서도 몰입도 높은 서사를 풀어놓는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전자는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인 김지성의 입장에서, 후자는 남편과 딸 둘을 둔 주부 이화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지성과 화이는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보고 각자 자기만의 서사를 펼쳐나가는데, 두 남녀는 상대가 주인공인 소설에 다시 조연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 역할을 한다.

 

두 소설은 그 형식이 남성과 여성, 젠더를 주제로 한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한국 문학에서 흔치 않은 흥미로운 시도를 완성해낸다. 젠더라는 주제를 미투, 여성의 몸, 성적 주체성, 모성, 인터섹스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해 서사에 녹여내면서, 소설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독자는 두 소설 중 한 권만 읽어도 좋고, 두 권을 함께 읽어도 좋다. 다만 두 권을 모두 읽을 경우, 작가와 편집자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를 먼저,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을 나중에 읽기를 권한다.

 

몰락의 풍경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대중의 광기, 지식인의 위선, 그리고 반전하는 진실들

-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의 기억은 누가 일부러 의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 지성. 지성의 오랜 동료이자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시인 민주는 지성과 하룻밤을 보낸 후 에둘러 지성에게 사랑을 표현하나, 지성은 거절한다. 민주는 제삼자의 입을 통해 지성을 미투의 가해자로 밝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날 민주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 사실인가. 지성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진보 일간지 칼럼니스트이자 정치방송 패널, 라디오 프로그램 호스트, 북토크 사회자 등으로 숱한 러브콜을 받던 그는 일순간 몰락을 경험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지성은 성폭행범인가. 살인자인가. 수많은 셀럽과 장난처럼 염문을 뿌렸던 민주가 그를 사랑했던 것은 사실인가. 술로 잘려나간 기억과 민주의 죽음으로 인해 지성 자신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진실을 두고, 세상은 뜨겁게 양분한다. 페미니스트와 안티페미니스트,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적과 동지가 저마다 자신이 진실임을 주장한다. 소설은 점차 진실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매번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이것이 과연 진짜 진실인가?

 

작가는 보이는 현실의 이면과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비평이 업이었으나 이제는 세상 사람들에게 품평의 대상이 되어버린 김지성, 타고난 아름다움과 재능으로 때론 부담스럽고 불길한 존재가 되고 마는 이민주, 어느 날 나타나 몰락한 지성의 집을 장악해가는 맹한 피조물나채리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하나의 캐릭터로 정형화되지 않는다. 선인과 악인, 옳음과 그름, 하물며 성별의 구분마저 점차 모호해진다. 다층적인 인간의 내면이 한 겹 한 겹 드러날수록, 진실은 거듭 반전되고 또 반전된다. 그날 민주와 하룻밤을 보내지 않았다면 지성은 결백하다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는 쾌락에 몸을 맡긴 짐승이 아니고 지성인이라 말할 수 있는가. 과연 그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소설은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은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저 난데없는 적의 앞에서,

내 몸은 받아 마땅한 존중을 받으리라

한 여성, 두 개의 정체성, 그리고 드러나는 사실들

-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그녀는 이것이 인생에서 맞는 드문 축제의 순간이라는 것을,

자신이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뚜렷이 예감할 수 있었다.”

 

남편과 아이 둘을 두고 집을 나갔던 화이가 43일 만에 돌아온다. 모르는 남자의 집에서 다른 정체성으로 살았던 43일 동안, 그녀는 인간고양이가 되어 체험했던 일들을 소설로 쓴다. 나는 무얼 원할 수 있는가? 무얼 원해도 되는가? 이제 이렇게 질문할 수 있게 된 화이는, 같은 목적을 가진 주석희와 함께 모종의 탈출을 계획한다. 이화이와 최승현, 주석희와 권형욱,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쌍의 부부. 화이와 주석희는 아내역할이 아닌 다른 모습의 서로를 알아가지만, 그럴수록 화이는 주저하게 된다. 분노와 책략 외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 사람, 주석희 같은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해도 될까? 과연 나는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남자 선배 중 한 명은 화이의 얼굴에 색기가 있다고 표현했다. , , , 모두 밋밋한데 넌 참 이상하게 끄는 데가 있어. () 막연히 직감해왔던 모호한 요소에 언어가 생기면서 비로소 자아의 한 부분이 또렷하게 부각되던 순간. 은밀한 말이 불쑥 내면으로 들어와 죄책감과 불길함, 불안함을 만들어냈고, 그 이후 화이는 그 느낌과 평생 사투를 벌였다.” _103

 

여성’ ‘아내’ ‘엄마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찾아 떠나는 서사는 많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그것을 추동하는 제1 동력은 에 대한 자각이다. 남성에 의해 성적으로 대상화된 채 살아온 화이는, 단지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남편 최승현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생겨난 콤플렉스와 트라우마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으니까.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고, 부양할 노모가 있는 마흔의 여성 화이가,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은 무엇일까? 소설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다이내믹하면서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남성들의 시선에 시달리면서도 피부가 탄탄하고” “군살 없는 몸을 보면 질투심에 빠져드는 화이, 사랑에 빠질 때는 한없이 순박하고 유치한 최승현의 폭력성, 권력욕과 함께 그만큼의 전략을 갖추고 최승현의 사업을 조종하는 권형욱, 우아하고 세련된 외모 뒤로 돈과 복수에 대한 욕망으로 살아가는 여자 주석희. 작가는 이 어리석고 비열하고 위선적인 주인공들을 각각 한 명의 인간으로 연민하며 보아주길 바란다. 어쩌면 독자는 이 인물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르나, 어느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느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경계선이 불분명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인터뷰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1. 하나의 이야기를 두 사람의 입장에서 각각 전개하는 굉장히 독특한 소설을 기획하셨는데요. 이런 형식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앉은 자리에 따라 각기 다른 지점을 보게 되는 현상에 언제나 흥미를 느꼈습니다. 잠실동 사람들을 쓴 뒤에 소설 속 인물들을 두 명씩 짝지어 본격적으로 차이를 드러내고 싶다는 열망을 한동안 품었는데요. 이번 소설도 그런 유의 열망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한 세상을 할애해서 본격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다는 열망. 차이와 다름은 사람들 간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강렬한 매혹의 동인이기도 하지요.

 

2. 작가님도 처음 시도해보는 소설 형식이라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작들과 비교해 집필할 때 어떤 점이 달랐나요?

 

동일 사건을 각각 다른 인물에 이입해서 그려야 하기에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성의 이야기에서 한 줄을 고치면 화이의 이야기에서 몇 개 문단을 통째로 바꿔야 하고, 그렇게 바꾼 여파로 다시 지성의 이야기를 바꿔 써야 하고. 이 과정이 계속 순환하는 거죠. 초고를 마친 뒤 다듬으며 다시 쓰는 과정이 예전에 썼던 소설들보다 더 오래 걸리고 복잡했습니다.

 

3.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를 읽으며,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이어져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소설의 주인공 김지성나쁜사람 같았다가 좋은사람 같기도 하고, 좋은 사람 같았다가 나쁜 사람 같기도 하고... 지성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선 선인과 악인이 뚜렷하게 나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의 삶에서 선한 사람악한 사람을 나누는 경계선이 사실 불분명하죠.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의외의 순간에 악한 지점을 발견하고, 악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우연히 선량함을 발견하는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반복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선과 악을 품고 있기 마련인데요. 지성은 현실 속 우리 모두가 그렇듯 선과 악을 동시에 품고 있는 다면적인 인간입니다. 다만 지식인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기에 그 다면성이 더 교묘하게 굴절되어 드러날 따름이죠.

 

4.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에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데요, 특히 아름답고 자유로운 시인 이민주가 기억에 남습니다. 지성은 자신에 대한 민주의 사랑을 부인하는데요, 한편으론 이번만큼은민주의 사랑이 진실이기를 기도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연 정말 사랑이었을까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배타적인 이성 간의 사랑은 최고의 덕목이자 이상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며 일생을 함께한다는 목가적이고 깔끔한 이야기. 하지만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랑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정의할 수 없고, 한결같지 않고,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감정에 기반한 사랑. 우리네 현실에선 예외적인 사랑이 더 다수라는 말이죠. 민주와 지성의 관계엔 그런 현실성을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5.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에 등장해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에서 그 정체가 밝혀지는 인간고양이,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에서 주인공의 반려묘 등, 두 소설에서 고양이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왜 하필 고양이일까요?

 

예전에 취재를 위해 어떤 분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집에 흰 털이 북슬북슬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보통 고양이보다 조금 큰 편이었고, 털이 탐스러운 멋진 외관을 갖고 있었죠. 제가 다가가면 바람처럼 빠르게 도망쳐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집의 주인을 인터뷰하고 있는 동안 고양이가 현관으로 가서 제 신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동안 냄새를 맡더라고요. 누군가가 제 신발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게 어쩐지 미안해서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인터뷰에 몰입해서 고양이의 존재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한참 인터뷰가 진행되던 도중 갑자기 고양이가 불쑥 탁자 위로 올라오더니 드러난 제 팔뚝에 제 몸을 스윽 비비고 지나가는 거예요. 그 후로 한 2분 정도? 고양이는 왔다갔다하며 계속 털로 제 몸 이곳저곳을 감각했습니다. 저는 무슨, 신을 영접한 듯, 황홀하게 그 흰 털 생명체가 만져주는 순간이 지속되길 기도했는데요.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사정엔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생명체, 호기심을 느끼면 주저 없이 다가와 몸으로 감각해보는 생명체, 그런 생명체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는 그 순간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매혹적인 순간이었지요. 그 뒤로 종종 생각했습니다. 감각으로 만나는 그런 관계가 인간들 사이에도 가능할까. 인간 내부에서 감각과 지성은 서로 반대편에 있을까. 둘 사이에 교집합은 없을까. 혹시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 있는 건 아닐까.

 

6.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에 비해 주인공의 변화가 더 뚜렷이 드러나는,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주인공 화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성은 일생 타인의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매력적으로보여야 한다는 정언명령 하에 놓이면서도 정작 제 욕망을 드러내는 데는 제약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최근 자본의 영역이 인간의 신체라는 영역까지 침투해 들어오면서 에 관한 모든 금기가 무너지고 여성들이 성적으로 해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서 이미지로만 보이는, 그렇기에 실생활에서는 더욱 멀리 떨어져 있는, 일종의 착시현상이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인류가 이뤄온 문명들에서 남성은 타고나길 넘치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늘 주장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성은 어떤가요. 여성은 성욕이 있는 존재일까요, 없는 존재일까요? 이런 모순과 오해가 가장 많이 중첩된 분야가 모성과 엮인 분야입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된 여성이 제 몸을 제 의지에 맞추어 운용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성관계는 물론이고 차림새, 체중, 흰머리 염색, 피부관리까지, 유자녀 여성은 전방위적으로 사람들의 훈수 대상이 됩니다. 화이는 사회로부터 몸에 대한 다양한 지침을 받고, 별 생각 없이 지침에 따르며 살아온 유자녀 여성의 전형이지요. 소설 속에서 화이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기보다는 자신이 뭘 원할 수 있는지, 혹은 원해도 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7. 어떤 면에서 사랑은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이 두 소설에서 사랑은 그것을 넘어 어떤 정치적인영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그것과 뗄 수 없는 이라는 실체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이윤 폭을 유지하는 패턴을 더는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자본주의는 기존에 자본의 장막 바깥에 놓였던 영역으로 급속하게 침투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교육이나 의료, 전기나 가스 같은 사회의 공공재, 그리고 인간의 신체처럼 열외였던 분야 모두에 손을 뻗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본이 변화를 모색하는 도중에, 오랫동안 이등 시민으로 살아온 여성이 급격하게 깨어나면서 페미니즘이 도래했습니다. 자본, 인간의 몸, 페미니즘이 각각 다른 소망을 품고 급속하게 엮여 들어가게 된 건데요. 개인의 삶에 침투해 들어오는 이 새로운 조류에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사고와 배경지식, 한계를 갖고 대응합니다. 그에 비례해서 과도하거나 부족한 정치 행위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정동이 따라붙지요. 각각 다른 성별과 다른 성장환경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개별 인물이 이런 사회의 물결을 타고 어떤 단면을 내보이는지를 특정한 상황을 설정해 제한적으로 그려 보이고 싶었습니다.

 

8. 책을 읽으며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습니다. 이전 소설 잠실동 사람들이 드라마 판권 계약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이번 소설도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된다면, ‘지성화이역할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있으실까요?

 

, 이런 상상은 언제나 즐겁죠.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지만 뭐, 상상은 누구나 해도 되는 일이니까 한번 해볼까요.^^ 지성은 좀 마르고 날카롭게 생긴 남자배우, 이를테면 조인성이나 김남길 같은 배우가 떠오르고, 화이 역할은 박보영 같은 배우가 불쑥 떠오르네요.

 

9. 끝으로, 이번 소설에서는 작가의 말을 쓰지 않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짧게나마 남겨주신다면?

 

지성 편을 초고 상태에서 미리 읽어주셨던 한 작가분이 김지성을 한 명의 인간으로 봐주려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감상을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그 말씀을 그대로 드리고 싶어요. 부디 어리석고 비열하고 위선적인 주인공들을 각각 한 명의 인간으로 연민하며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례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본문 미리보기

 

민주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는 창에 한쪽 팔을 기대고 목을 양옆으로 움직였다. 민주의 사랑. 그것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민주는 보이는 모든 걸 사랑하는 종족이다. 우울증과 경계선 인격장애, 공황장애. 수많은 질병을 짊어진 채 만나는 생물들에게 잡아먹을 듯 덤벼든다. 지성은 상대에게 제 인생을 확 끼얹어버리는 듯한 민주가 부담스럽고 불길했다. 사랑한다니. 그런 얼굴로, 귀족처럼 꼿꼿이 앉아 만인 앞에서 명령하듯 제 감정을 공표하다니. 대체 어쩌란 말인가. 손을 내밀면 확 끌어당겨 순간을 만끽한 뒤 곧바로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것을 아는데 어찌 그 손을 잡는단 말인가.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78

 

잘 봐. 한계에 갇혀 있는 건 형이야. 형이 학문에 갇혀 있는 거지. 내가 진짜로 살고 있는 거고. 형이야말로 그 함정에서 빠져나와. , ,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숨 쉬고, 말하고, 움직이는 몸, 그게 형이잖아? 그게 형이 그토록 좋아하는 실존이라고. 형한테 시뻘겋게 마음을 드러내는 이 여자!”

민주가 한 손으로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를 높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진심을 토해내는 이 여자가 더 살아 있는 거라고!”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137

 

천천히.”

채리의 입에서 나온 말과 함께 그의 손동작이 느려졌다.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음미하던 채리의 손이 일순간 그의 허리께를 향했고, 준비 없이 허를 찔린 그가 비명을 질렀다.

, 뭐 해.”

뭐 하는 건지 알잖아.”

날아갈 듯 말하며 환하게 웃는 채리. 그 표정과 채리가 하고 있는 행동의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아찔함에 취해 그의 의식이 혼곤해졌다. 꼭 술에 취한 것 같구나, 생각하면서 그는 채리의 머리를 거칠게 젖혔다.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142~143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존재의 모든 측면을 정당화하며 살아온 자는, 더 이상 글쓰기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밥을 벌고 무엇으로 허허벌판 같은 생을 채워가야 하는가? 그는 자신에게 있는 글쓰기 능력이 저주스러웠다. 문학에 대한 열망이 지긋지긋했다. 자격을 박탈당했는데 왜 재능은 사라지지 않는가. 왜 열망은 수그러들지 않는가.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261

 

생각해보면 그날 아침 민주의 연기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다.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간밤에 있었던 일을 국어책 읽듯 딱딱하게 늘어놓았다. 민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품격 있고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족속이었다. 모든 장면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 미학을 부여하는 완벽주의자. 그러나 그는 평소와 다른 민주의 언행이 당황한 데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담대함의 대명사 같은 민주라도 과음 때문에 일어난 돌발상황 앞에서는 어쩔 줄 모르는 거라고. 그리고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휩싸여, 그의 사고회로는 막혀버렸다.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293~294

 

여성의 육체에 멋대로 손대고 제 것처럼 구는 것은 분명 범죄고 폭력이다. 폭력으로 분류돼 처벌받아야 한다. 지성은 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가 없다. 남성들은 그 악습을 수십 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살아왔다. 사회의 상식이 급변했다면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갈 기회를 조금이라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은가? 범죄가 아니라 여겨졌던 것을 범죄로 인식하고 갱생할 기간을 주어야 하지 않은가? 예전에는 터프함 또는 과격함으로 축소되고 용납되었던 크고 작은 범죄행위들을 속죄할 방법이 죽음 또는 사회적 매장밖에 없다면,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고 낙인찍혀 남은 평생을 쓰레기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면, 어느 누가 성범죄자임을 인정하고 속죄하려 들겠는가.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377

 

사랑.

그것이구나!

남편이 사랑에 빠졌다. 이렇게 생각하자 화이의 입가에 부드러운 곡선이 생겨났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오장육부에 쌓인 노폐물을 걷어가주는 것 같았다. 그 표정, 그 웃음, 그 몸짓. 그래. 그건 사랑에 빠진 인간에게서만 나오는 것이었다. 화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제야 집에 돌아온 이후 남편이 했던 이상한 언행과 너그러운 말투, 자신에 대한 집착의 크기가 줄어든 듯한 기묘한 기류가 이해되었다.

진정한 사랑이기를.

_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46~47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행하고, 그 행위가 제가 아닌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되는 경험. 그것은 사건이었다. 화이는 자신의 인생을 구성해온 큼직한 요소들이, 그동안 지켜내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달았다. 세상에 바꿀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뭐든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지금, 권 상무와 회의실에 마주 앉아 있는 이 순간에 다시금 인식하고 전율하고 있다.

_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91

 

언제나. 언제나 이번만은 진심이기를 바랐다. 당장이라도 만나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눈빛으로 다가오는 상대가 자신의 거죽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무엇, 영혼이나 정신 같은, 그런 종류의 덩어리에 끌려서 다가오는 것이기를.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떠나갈 그런 얄팍한 호감이 아닌 깊고 진한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기를. 그러나 그들은 모두 똑같은 것을 바라고, 똑같이 화를 냈으며, 똑같이 떠나갔다. 누구에게서도 진심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 누구에게서도 평생을 거는 진중한 마음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 그것이 2차 성징 이후 화이의 마음에 새겨진 트라우마였다.

_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104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타인의 몸.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가능성도 없었던 나날. 타인의 몸과 교합하며 쾌감을 느낀다는 게 무엇인지, 그녀는 그를 통해 비로소 알았다. 화이는 물줄기를 맞는 얼굴을 양손으로 세차게 문질렀다. 어푸어푸 소리를 내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억의 도래를 감내했다. 그 순간들. 그 감각들. 이전에는 없었던 것처럼 갑자기 존재를 드러내던 몸. 그 몸을 인식하던 찰나의 경이로움.

_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194

 

“119 불러줘.”

축 늘어진 채 이리저리 흔들리던 주석희가 이렇게 말했을 때에야, 화이는 긴장이 풀어지면서 눈물이 나왔다. 살아 있다! 죽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요.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빨리 전화해. 119.”

화이가 블라우스 소매로 주석희의 입가를 닦으며 119를 불렀다. 주석희는 까끌한 천이 얼굴에 닿자 인상을 쓰며 비명을 질렀다. 그 바람에 피가 얼굴의 다른 쪽으로 흘러 깨끗했던 쪽 볼에 붉은 사선을 남겼다.

_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276

 

 

지은이

 

정아은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모던하트,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 에세이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공저 젠더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을 썼다.



《언택트 교육의 미래》, 21년 MIT 공과대학 추천, 뉴욕타임스/포브스/네이처 추천 인문,사회과학


■ 출판사 서평

MIT 교육 분야 추천도서, 뉴욕타임스 강력추천!

“기술이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집집마다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은 속단이다!”

★★★ 뉴욕타임스 강력 추천

★★★ 포브스 강력 추천

★★★ 네이처 강력 추천

★★★ 교육심리학의 세계적 석학 하워드 가드너 추천

★★★ 구본권 《공부의 미래》 저자 추천

★★★ MIT 티칭시스템랩 소장 대표 저서

최상의 교육 콘텐츠를 더 많은 학생에게, 더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에듀테크’는 팬데믹 시기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비대면 교육이 상수가 된 ‘위드 코로나’ 시대는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에듀테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은 무엇인가? 왜 기술만으로 교실을 바꿀 수 없을까?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두된 혁신적 교육기술에 대한 MIT 교수의 명쾌한 평가보고서로, 에듀테크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기대와 매혹을 바로잡는다.

코로나 이후 대두된 언택트 교육에 대한

MIT 교수의 명쾌한 평가보고서

팬데믹과 함께 대비할 틈 없이 교실로 밀어닥친 ‘에듀테크’의 물결은, 기대와 달리 유례없는 학력 격차라는 우려스러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교육과 기술이 결합하는 흐름은 막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코로나 이후 줌(ZOOM) 등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이제 에듀테크의 맹점들을 스스로 숙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 세계 교육현장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계 종사자들과 직접 대화하며 교육기술의 성과와 한계를 누구보다 깊이 연구해온 MIT 티칭시스템랩 소장 저스틴 라이시가 전하는 도움말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저스틴 라이시는 교육 ‘혁신’에 쏟아지는 대중의 기대와 관심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에듀테크 연구자다. 에듀테크가 맞닥뜨린 딜레마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시도됐던 방법들을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 시스템 연구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며, 팬데믹 이후 에듀테크가 시도해봐야 할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충실히 짚어준다. 지난 20여 년간 에듀테크의 역사를 연구한 결과를 명료하고 공정하게 분석하는 이 책은,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교수법과 학습 기술을 선택하고 구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값진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왜 기술만으로 교실을 바꿀 수 없을까?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

지난 10년 동안 ‘기술 낙관주의’가 교육에 대해 요란한 주장을 꾸준히 펼친 결과, 사람들은 초등학교 교사 한 명이 여섯 살짜리 학생 20명을 원격으로 동시에 가르치는 ‘대규모 학습’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저스틴 라이시는 이 책에서 교육의 ‘혁신’이라고 알려진 최신 교육기술이 거둔 성적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는 팬데믹 훨씬 이전인 2012년을 온라인 공개강좌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해’로 지정했고, 실리콘밸리 사업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최빈곤 지역 초등학교와 일류대학에 온라인 공개강좌와 같은 대규모 학습을 실시해왔다. 이제 언택트 교육이 전례 없이 퍼진 지난 십수 년을 돌아보자. 왜 교사는 지칠 대로 지쳐있고, 왜 학생은 소외된 것일까?

저자 저스틴 라이시는 국가의 이상과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전 세계에 수준급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기술은 없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 같은 교육기술만 살펴보더라도, 교육 소외계층이 고등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자기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고 안정적 재정 상태를 갖춘 학생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연구자들이 불평등을 장기화하고 영구화하는 MOOC의 학습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MOOC를 통한 학습의 맹점에 관해 세상에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에듀테크가 학습 효과를 높일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가 널리 퍼져 있는 지금, 이러한 관점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저스틴 라이시의 연구는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이 책은 언택트 시대가 놓친 에듀테크의 핵심 쟁점들을 총망라하며, 그 한계와 성과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혁신적 교육기술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기대와 매혹을 바로잡는다

2000년대와 2010년,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꿈꾸는 기술 주도적 교육전문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에듀테크 옹호론자들로, “파괴적 혁신”이라는 미사여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1세기 전반 20년 동안 에듀테크 옹호론자들이 약속한 혁신은 대부분 미완으로 끝났고, 이에 비판을 제기하는 회의론자들의 풍부한 담론들이 펼쳐졌다. 저스틴 라이시는 에듀테크 옹호론자나 회의론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회의론자의 비판을 수용하는 기술 주도적 교육전문가, 이른바 팅커러(Tinkerer)다(26쪽). 그는 에듀테크를 통해 교수법과 학습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을 지지하는 한편, 에듀테크에 대한 비현실적인 낙관을 견제해줄 제동 장치로서 회의론자들의 연구와 비판을 수용한다.

왜 기술만으로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는가? 저자 저스틴 라이시는 교육 시스템을 교사, 학생, 가정, 학교 이사회, 지역사회,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상하는 정치적 제도로 본다. 여러 주체가 얽히고설킨 ‘교육 생태계’에서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혁신적 ‘기술’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번에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과거 교육기술이 걸어온 길을 촘촘하게 짚어보고, 교육기술이 해결해줄 수 없는 학교의 돌봄 문제, 자동채점 기술이 채점할 수 없는 인문학적 질문들, 에듀테크를 활용할수록 더욱 불거지는 교육 불평등 문제 등, 지난 20여 년간 교육기술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그는 결국 기술만으로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지 못하며, 다만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기술만이 아닌, 교육 생태계를 이루는 주체들과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에듀테크에 대한 균형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 학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이 책은, 에듀테크의 사용을 주도하는 주체들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추천사

에듀테크의 현장에서 그 성과와 한계를 누구보다 깊이 천착해온 MIT의 연구자 저스틴 라이시가 전하는 도움말이 더 이상 에듀테크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에게 국한되지 않는 현실이 됐다. 우리가 직면한 당혹스러운 현실에 대해 이미 다양한 시도와 평가가 깊이 있게 이뤄져왔음을 소개하는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_구본권, 《공부의 미래》 저자

교육 기술이 이상향인지 반反이상향인지 이미 결론을 내렸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교육 기술의 범위를 명쾌하고 통찰력 있게 평가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정보를 제공받고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_하워드 가드너, 《다중 지능》 저자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고 예리한 이 책은 기술보조 학습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명확히 제시한다. 온라인 학습에 대해 전부 배우기 위해 책 한 권을 선택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

_잘 메타, 《심화학습을 찾아서》 저자

세계 수준의 고등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전달하는 온라인 해결책은 없다. 그런 시도는 엄격성, 접근, 평등, 공정과 같은 교육의 가치를 짓밟았다. 고등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_트레시 맥밀런 코텀, 《하등 교육》 저자

이 탁월한 책은 교실에서 발생하는 기술의 실패, 교육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과업, 교육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독자를 이끄는 데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이다.

_조지 시멘스, 텍사스 알링턴 대학 학습혁신과네트워크지식연구실 총책임자

■ 차례

추천사 구본권

들어가며

서론: 교육 기술의 일방적인 파괴

1부 대규모 학습의 세 가지 유형:

강사 주도 학습, 알고리즘 주도 학습, 동료 주도 학습

01 강사 주도 대규모 학습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 MOOC | MOOC를 향한 세 가지 커다란 도전 | 새로운 기술, 오랜 교육학 | MOOC의 주요 구성 요소 세 가지 | 교육 모델 혁신을 위한 MOOC의 도전 | MOOC 학습자와 강좌의 다양성과 동질성 | 데이터의 폭발, 새로운 통찰의 실종 | 수업시스템연구소에서 MOOC 활용 | 강사 주도 대규모 학습의 얼룩진 역사 | MOOC와 강사 주도 대규모 학습의 미래

02 알고리즘 주도 대규모 학습

반응형 개인지도와 컴퓨터지원교육 | 컴퓨터기반교육, 60년의 발달사 | 알고리즘 주도 대규모 학습의 기술적 기반: 문항 반응 이론 | 변혁의 수사학: 개인맞춤형 학습과 파괴적 혁신 | 개인맞춤형 학습: 일방적인 파괴적 혁신 | K-12학년 학교의 반응형 개인지도: 수학과 초급 독해 | 반응형 개인지도는 학생의 학습을 향상시킬까? | 반응형 수학 개인지도의 긍정적 사례 | 교과 책임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컴퓨터지원교육 연구의 통합

03 동료 주도 대규모 학습

네트워크 학습 커뮤니티 | 동료 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 | 강사 주도, 알고리즘 주도, 동료 주도의 학습환경 비교 | 다양한 목표는 다양한 연구 접근 방식을 낳는다 | 오픈 웹에서 증오를 가르치다 |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동료 학습의 수수께끼

04 대규모 학습 유형에 대한 시험

학습 게임의 등장 | 학습 게임과 전이 문제 | 강사 주도 학습 게임: 매스블래스터와 초콜릿 입힌 브로콜리 | 알고리즘 주도 학습 게임: 듀오링고 | 동료 주도 학습 게임: 배니시드와 마인크래프트 | 혼종성과 대규모 학습 유형: 줌비니의 수학 논리 여행 | 대규모 학습 유형부터 여전히 다루기 힘든 딜레마까지

2부 대규모 학습이 맞닥뜨린 딜레마

05 친숙함의 저주

립 밴 윙클과 스큐어모피즘 | 당혹함이냐 시시함이냐, 친숙함의 저주에 가려진 이면 | 보수적 교육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기술 지원 | 친숙함의 저주를 통과하는 길은 커뮤니티다 | 스크래치: 기술, 커뮤니티, 교사 학습 | 데스모스: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위한 설계 | 복잡한 시스템도입을 통한 신기술 구축

06 에듀테크 마태 효과

기술은 시스템에 내재한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 무료는 수단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이익을 준다 | 사회적·문화적 장벽은 공평한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 디지털 형평성을 추구하는 설계 원칙 | 공동 목표를 중심으로 단합하기 | 가정·학교·커뮤니티와 연합하기 | 학생의 다양한 관심사를 연결하기 | 하위집단의 필요를 연구하기 | 에듀테크와 형평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운동 구축하기

07 일상평가의 함정

컴퓨터, 비조직적 문제해결, 복잡한 의사소통을 위한 일상적인 작업 | 직업 세계를 뒤흔드는 컴퓨터 | 시험에 대한 이해와 오해: 구상화 오류 | 기계학습과 평가 | 기계학습과 에세이 자동 채점 |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자동 채점 | 일상평가의 함정을 피한다: 한 번에 한 개의 혁신 | 스텔스 평가 | 대규모 학습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의 미래

08 데이터와 실험의 독성

대규모 학습 데이터: 문장에서 이야기까지 | 자료 분석을 통한 교육 향상의 역사 | 학생 데이터 수집에 대한 비판: 범위와 강제성 | 상황별 무결성: 사생활 보호에 대한 추론 | 집 주소를 사용한 MOOC 학습자 연구 | 교육 연구와 데이터 수집에서 비용 대 혜택의 비율 | 대규모 학습의 가치 극대화, 실험을 통한 데이터 | 교육 실험에 대한 우려와 비판 | 데이터와 실험이 미치는 유해한 영향력의 완화와 관리

결론: 대규모 학습에 관한 과대광고 주기에 대비하기

감사의 글

미주

색인


■ 지은이/옮긴이/감수자 소개

저스틴 라이시Justin Reich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비교미디어연구학 교수이자 MIT 산하 티칭시스템랩Teaching Systems Lab의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에듀테크를 활용해 디지털 학습을 설계하려는 학교를 돕기 위해 교육 컨설팅 기업 에드테크티처EdTechTeacher를 설립해 미국 전역과 전 세계의 수많은 교사 및 교직원, 학생들을 직접 만나왔다. 온라인 대중강좌인 MOOC 강사로, 교육 분야의 변화하는 리더십에 관해 강의하고 있으며, 교육 관련 팟캐스트 티치랩TeachLab을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과 MIT가 협업해 만든 무료 MOOC인 에드엑스edX의 연구개발자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에서 사용자의 규모에 맞는 학습, 실습 기반의 교육과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워싱턴포스트〉, 《사이언스》, 《뉴요커》, 《애틀랜틱》, 〈에듀케이션위크〉같은 저명한 매체들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안기순

이화여자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사회사업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시애틀 소재 아시안카운슬링앤리퍼럴서비스The Asian Counseling&Referral Services에서 카운슬러로 근무했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그라운드업: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의 원칙과 도전》, 《예스 브레인 아이들의 비밀》,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생후 첫 3개월》, 《멍 때리기의 기적》 등 다수가 있다.

감수 구본권

디지털 인문학자이자 IT 전문 저널리스트. 〈한겨레〉기자로 일하며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바꿀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갈 인간의 미래를 연구하며 글을 쓰고 강의한다. 서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에서 언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 전문위원, 월간 《신문과 방송》, 계간 《미디어 리터러시》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공부의 미래》, 《디지털 개념어 사전》, 《로봇 시대, 인간의 일》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잊혀질 권리》, 《페이스북을 떠나 진짜 세상을 만나다》가 있다.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 《아무것도 없다》 저자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외국문학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소설.” _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자유의 결핍과 검열, 편견과 오만, 소통의 부재가 팽배한 야만적 사회,

그 속에 자기의 존재가 무無로 환원되지 않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

√ 제1회 스페인 나달문학상(1944), 파스텐라스상(1948) 수상작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

√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걸작

20세기 가장 참혹한 내전으로 꼽히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그리고 카르멘 라포렛의 《아무것도 없다》를 탄생시켰다. 고전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비교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무것도 없다》는 스페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나달문학상 제1회 수상작으로,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을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로 그린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린 나이에 몸소 내전과 그 후유증을 겪었던 바르셀로나 태생의 작가 카르멘 라포렛은 23세에 첫 작품으로 《아무것도 없다》를 썼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추악한 공간에서도 치열하게 자기정체성을 탐구해나간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도 일컬어지는 이 소설은, 내전은 종식됐지만 여전히 독재정권하에서 침묵했던 1940년대 스페인의 기이한 풍경을 놀라운 감수성과 섬세하고 예리한 심리묘사로 그려낸다. 실존에 관한 끝없는 질문과 서늘한 긴장감으로 출간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걸작으로, 작품의 원제 ‘Nada’는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를 의미한다. 2006년 원제 그대로 《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작품을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으로 다시 내놓는다.


■ 출판사 서평

생동감을 잃은 전후 스페인 문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다

카르멘 라포렛은 이 작품을 통해 스페인 내전의 후유증과 암울한 시대상을 예리하고 우아한 필치로 묘사한다. 자유민주주의와 파시즘이 서늘한 긴장감으로 대립하는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노이로제와 정신착란, 기이하게 뒤틀린 인정 투쟁, 굶주림에 시달리며, 분출할 데 없는 욕망의 도피처로 성性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주인공 안드레아의 세계를 한 단어로 상징하는 작품의 원제 ‘Nada’는 우리말로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 를 뜻한다. 안드레아는 꿈을 좇아 도착한 도시 바르셀로나가 기존의 가치와 질서, 생명력, 개인의 삶까지 파괴된 폐허로 추락한 모습에 직면하고, 자신의 존재마저 ‘무無’로 환원되지 않도록 집요하게 자기정체성을 추구해나간다.

좌절, 증오, 고독, 불화, 그리고 고통으로 점철된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입은 작가가 열렬히 좋아했던 도스토옙스키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소리 없이 투쟁하는 안드레아의 몸부림을 프랑수아즈 사강을 닮은 섬세한 문체로 그리며 침체되었던 스페인 문단에 신선한 충격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카르멘 라포렛은 때로는 터져버릴 것 같은 열정이, 또 때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정이 묻어나는 문장으로 안드레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미묘하고 능숙하게 쓰인 이 소설에서는 이야기된 것보다 침묵된 것들이 더 큰 의미를 지닌 채 독자들을 시종일관 형언할 수 없는 고뇌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폭력으로 해소되는 불안들, 불안을 등진 욕구들

주인공 안드레아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외가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온다. 하지만 머물기로 한 외갓집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손 닿는 곳마다 때가 찌든 집과 표정 없는 얼굴들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도는 이곳에서 안드레아의 꿈 역시 곧장 벽에 부딪히고 만다.

잔인할 정도로 관능적이며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큰삼촌, 겁박과 희롱을 일삼는 작은삼촌, 큰삼촌과 결혼했지만 작은삼촌과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 시종일관 가족 간 극한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외숙모, 안드레아의 젊음과 젊음으로 인한 시도마저도 억누르고자 하는 이모, 이렇게 황폐해져가는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정신까지 놓아버린 외할머니가 있다. 불안이 폭력으로 해소되는 이 천박한 소우주에서 안드레아의 욕구와 바람은 매번 억눌린다. 끈적한 때와 절규가 엉겨붙어 있는 이곳으로부터 안드레아는 간신히 발을 떼고 대학에서 만난 아름답고 품위 있는 친구 에나와의 관계에 집중하지만 불안을 등진 욕구는 늘 위태롭다.

반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친척들 틈, 안드레아의 감정을 그린 상세한 해부도라 할 수 있는 이 소설 속에는 내전으로 불타버린 풍경만이 스쳐지나가듯 언급될 뿐 정치적 암시 같은 것은 손톱만큼도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인물들이 뿜어내는 불안한 기운은 온몸을 갉아먹는 암세포처럼 소설 전반을 무겁게 짓누른다. 이 소설은 질식할 것 같은 현실에서도 어떻게든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확립하고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해보고자 하는 진솔한 고백이자 은밀한 저항의 기록이기도 하다.

공포소설과 실존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성적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추천의 글〉에서 “자유의 결핍과 검열, 편견과 오만, 소통의 부재 등이 팽배한 야만적 사회상을 또렷하고 완벽하게 재현해낸” 이 소설을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카르멘 라포렛은 무기력과 무질서로 점철된 도시 속 불안한 인간의 운명, 소통 불가능성, 인간관계에서 수반되는 갖가지 형태의 폭력을 긴장감 있게 다루며 이 소설을 실존소설이자 공포소설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공포소설과 실존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소설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실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이라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첨예한 대립과 상징들로 가득한 이 1인칭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작가의 실제 삶과 1940년대 스페인의 풍경을 자주 들추게 된다. 현실과 허구,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할 수 없게 된 이 난파된 공간에서 안드레아는 때로 중심화자라기보다 상황의 목격자 또는 증인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필요에 따라 주인공과 적정 거리를 조절하며 개성 강한 주변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소설 속에 가득 찬 시적 형상들을 음미하며 1인칭 소설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작가 카르멘 라포렛은 “혼란스러운 운명에 처한 인물들 속에서 주인공 안드레아는 끝없이 진실에 대한 신념과 조화로운 삶,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굳건한 삶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오 바르가스 요사에 따르면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추구하려는 진리란, “오로지 픽션이라는 미로와 상징을 통해서만 드러낼 수 있는, 위험천만하되 늘 손가락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그런 존재다. 그런데 카르멘 라포렛은 그 진리를 마침내 손안에 넣고야 말았다. 그러기에 반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서도 그녀의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아무것도 없다》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리라.”


■ 추천사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소설.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에 대한 간결하지만 섬세한 묘사를 근간으로 하는 작가의 재능은 놀랄 만하다. 이런 작가적 역량에 힘입어 탄생한 전반적으로 억압된 분위기의 플롯은 안드레아와 그녀를 둘러싼 대다수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그들의 행복을 훼방 놓기 위해 마치 우주 전체가 똘똘 뭉쳐 음모라도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조차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안드레아에게는 집요하기까지 한 불굴의 의지가 있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의 불운에 분풀이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_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사르트르와 카뮈를 떠올리게 하는 천재적 작품, 그러나 그보다 신선하며 생기가 넘친다.

_〈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힘을 쏟는 미묘한 책이자 능숙하게 쓰인 다성적 소설. 오늘날의 정치 풍토와 사회적 태도가 이 소설과 맺는 섬뜩한 연결고리를 무시할 수 없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20세기 스페인의 가장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소설. 이 이야기의 흡인력은 에드거 앨런 포, 그림형제,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의 상상력이 갖는 사회학적 의미보다도 훨씬 더 심오하다.

_랜돌프 D. 포프

이 복잡하고도 성숙하며 지혜로운 소설이 20대 초반의 누군가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소설은 그 힘과 독창성을 잃지 않았다.

_〈워싱턴포스트〉

철학적으로나 문체로나, 파시즘이 승리한 가장 어두운 시대에 자유롭게 우리에게 말을 거는 현대적 목소리. 놀랄 만큼 세련됐다.

_〈인디펜던트〉

내전에서 살아남았지만 프랑코의 독재정권으로 침묵하고 있는 1940년대 바르셀로나의 기묘한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소설이 표현하는 은밀한 저항정신은 여전히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_《뉴욕타임스 북리뷰》


■ 차례

추천의 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1부

2부

3부

작품해설


■ 저자/역자 소개

카르멘 라포렛Carmen Laforet

192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가족이 카나리아제도로 이주하면서 그곳의 도시 라스팔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페인 내전이 끝난 직후인 1939년 대학 진학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친척들과 살았다.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다 2학년이 되던 해,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아무것도 없다》를 집필했다. 1944년 스물셋의 나이에 데뷔작인 《아무것도 없다》로 스페인 최고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스페인 전후 소설계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치열하게 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스페인 현대 소설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주요 작품으로는 《섬과 악마들》, 《불꽃》, 《신여성》(메노르카상 수상작) 등이 있다. 1946년에는 결혼하여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1970년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렸다. 2004년 10여 년간 앓아온 알츠하이머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김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 학부에 교수로 재직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작품으로는 《행운》,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남부의 여왕》, 《검의 대가》, 《루시퍼의 초대》, 《성 수의 결사단》(Ⅰ, Ⅱ), 《공성전》, 《안개의 왕자》, 《한밤의 궁전》, 《또 다른 심문들》등이 있다.


■ 본문 미리보기

“욕실은 마치 마법의 집 같았다. 거무튀튀하게 때가 낀 벽마다 거친 손자국들과 절망에 찬 절규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거울 위쪽에는, 달리 놓을 곳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허연 도미 몇 마리와 속이 시커메진 양파 몇 알이 그려진 정물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찌그러진 수도꼭지에는 광기가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나는 취객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기묘한 형상들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거칠게 샤워기 꼭지를 잠그며 동시에 아름다운 호신의 주문도 중단해버렸다. 이제 온갖 불결한 것들 가운데 나 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28)

“우리 세 사람은 일상의 삶이라는 비좁아 터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 속에 빠져 있었다. 짐짓 태평스러운 표정을 짓는 로만 삼촌도 예외는 아니리라. 아니, 로만 삼촌이야말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비열하고, 사소한 일상에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얽매인 인간이었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싶다는 열망이 그의 삶과, 능력과, 예술을 빨아먹었다.”(132)

“낡아빠진 옷깃을 뚫고 스며드는 추위도, 처절한 곤궁함이 자아내는 슬픔도, 이 구질구질한 집이 주는 소리 없는 두려움도. 하지만 나에게 가해지는 강압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이곳 바르셀로나 생활을 숨 막히게 만든 것도 강압이었으며, 나를 자포자기하게 만든 것도, 나의 창의적 사고를 짓밟은 것도 바로 다 이 강압, 즉 앙구스티아스 이모의 시선이었다.”(164)

“내가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가져온 바람이 있다면, 바로 내 마음대로 살아가도록 모두들 날 내버려두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나 스스로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닌데 바야흐로 그런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180)

“그제서야 나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역경보다 오히려 일상의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난관들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248)

“나는 비옷에 우산까지 챙겨들었는데도 비가 어찌나 억수같이 쏟아지던지 감히 빗속으로 걸어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른 애들하고 같이 문가에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어. 바로 그때 널 본 거야. 머리에 뭐 하나 뒤집어쓰지도 않은 채 평상시와 다름없는 걸음걸이로 그 빗속을 걸어가는 너를……”(270)

“어차피 내 인생의 끝이 막다른 골목이라면, 인생을 굳이 힘겹게 뛰어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370~371)


역사상 가장 날카로운 우화 소설! 《동물농장》 에디터스 컬렉션 외국문학


“절대적으로 최고의 작품. 볼테르나 스위프트의 작품과 견줄 만하다.” _《뉴요커》
“우리 시대를 위한 현명하고, 인정 많고, 계몽적인 우화.” _<뉴욕 타임스>
“《동물농장》은 지금도 현대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한 훌륭한 풍자다.” _맬컴 브래드버리
“모두를 위한 책. 50년이 흘렀어도 이 작품의 빛은 흐려지지 않았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 조지 오웰이 쓴 초판본 서문 <표현의 자유> &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수록
- 전문번역가 김승욱의 원전에 충실한 새롭고 매끄러운 번역

당대의 가장 훌륭한 언론인이자 ‘정치적 작가’로 20세기 영문학사에 영구한 흔적을 남긴 조지 오웰.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역사상 가장 날카로운 풍자우화 《동물농장》이 전문번역가 김승욱의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 초판본의 서문으로 썼으나 책에 수록되지 않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공개된 글 <표현의 자유>와 1947년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을 수록했다. 쉽고 명료한 문장 속에 블랙유머를 녹여낸 조지 오웰의 탁월한 문학성, 짧은 생애 동안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권력과 이념에 맞섰던 양심적 지식인의 고뇌가 담긴 《동물농장》은 예리한 통찰과 풍자를 통해 문학의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융합해낸 걸작이다. 《동물농장》 에디터스 컬렉션의 표지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디자인 어워드에서 60회 이상 수상하고, 특히 조지 오웰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독창적인 표지들을 선보여온 터키 일러스트레이터 Utku Lomlu의 일러스트를 한국 정서에 맞게 재해석해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 출판사 서평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폭정에 맞선 혁명이 폭정만큼이나 끔찍한 전체주의로 변질해가는 과정을 그린,
선명하고도 잔혹한 코미디!

역사상 가장 날카로운 우화 소설의 무대가 마련되다
학대와 과로에 지친 동물들이 농장 주인을 타도하고 농장을 점거한다. 그들은 수퇘지 메이저 영감을 필두로 열렬한 이상과 선동적인 구호를 내세워 진보, 정의, 평등이 실현된 이상사회를 이룩하고자 혁명을 감행한다. 마침내 인간들을 모두 몰아내고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구호 아래 평등한 ‘동물농장’이 건설된다. 그러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주동자 돼지들은 읽고 쓰는 능력을 권력화해 특권을 누리는 교활한 엘리트 계급으로 변모한다. 그들은 인간의 악습을 되풀이하며 무자비한 통제와 공포정치, 혁명 이전보다 더 심한 착취를 일삼지만 다른 동물들은 그저 노예처럼 복종하며 절망과 고통스러운 삶을 인내할 뿐이다.

러시아혁명과 스탈린 시대, 독재 권력이 타락하는 과정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예리한 통찰
1945년에 출간된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이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참여한 스페인 내전에서 좌익 정당 내부 권력투쟁을 목격하고 환멸을 느꼈던 경험을 그의 말년,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얻은 아이디어에 접목해 구성한 소설이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도 쉬운 이야기를 써서 소련의 거짓을 폭로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실제로 어떻게 쓸 것인지 상세한 아이디어가 한동안 떠오르지 않다가 어느 날 아마 열 살쯤 된 것 같은 사내아이가 좁은 길에서 커다란 말이 끄는 짐마차를 몰면서 말이 방향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그때 문득 만약 저런 동물들이 제게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녀석들에게 아무런 힘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과 부자가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4쪽,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중에서)

《동물농장》은 1917년 러시아혁명부터 1943년 테헤란회담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과 정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출간 당시에도 이 작품은 소련의 스탈린 독재체제를 겨냥해 강하게 비판한 작품으로 해석되었고 이 소설 속 등장인물과 사건이 실제로 누구를 가리키는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예컨대 동물농장의 정신적 지주이자 예언자인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 현실주의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다. 스탈린에 의해 축출된 트로츠키는 이 소설에서 이상주의자 ‘스노볼’로 등장한다. 메이저 영감이 예언한 봉기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고, 이 혁명으로 멸망한 차르 정권의 니콜라스 2세는 ‘매너 농장’의 게으른 주인 ‘존스’이며, 근면하고 체제에 순종적인 ‘복서’는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한다. 자본가는 ‘인간’으로, 노동자는 ‘동물’로 상징되며 ‘동물존중주의’는 곧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다. 동물농장의 ‘풍차 건설 계획’은 수차례 실패를 반복한 경제계획을 가리킨다. 봉기 이후 동물농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혁명 이후, 혁명의 이념과 명분이 사라져가고 새로운 지배계급이 자본주의 체제에 동화되어가던 소비에트의 타락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렇게 소련과 사회주의 비판에 민감한 분위기 속에서 당시의 정치적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이 작품은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출간을 꺼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치적 작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 영구한 시의성을 갖는 현대의 고전
암울한 시대를 밝히는 양심적 언론인이자 ‘정치적 작가’로 20세기 영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 조지 오웰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인도에서 인도총독부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 명문 사립학교 이튼칼리지에서 교육받은 엘리트였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인도제국 경찰로 복무하며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경험하고, 프랑스와 런던의 빈민가에서 극빈자의 삶을 자처하며 사회적 약자들에 공감했으며 프랑코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가 작가로 살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문학의 사회 비판적 책임을 강하게 의식하고 정치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오웰은 에세이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서 “《동물농장》은 내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하려고 온전히 의식적으로 노력한 첫 번째 작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동물농장》은 그만큼 오웰이 작가로서 추구한 이상과 신념이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정치 풍자 소설로 손꼽히는 이 선명하고 잔혹한 코미디를 통해 오웰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사회주의 혁명의 실패가 아니었다. 그는 폭정에 맞선 혁명이 폭정만큼이나 끔찍한 전체주의로 변질해가는 과정을 기록하며 권력만을 추구하는 혁명은 그 권력의 주체만 바뀔 뿐 필연적으로 부패와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더불어 자유를 박탈당하고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피지배계급의 모습을 냉철한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대중이 깨어 있어야 하고, 맹목과 광신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노력해야 함을 역설한다.

“이 작품에 대해 내가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이 소설이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실패작이다. 그래도 강조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실제 러시아혁명의 역사에서 여러 일화들을 가져왔지만 이 소설에는 개략적으로만 사용했으며 시간적인 순서도 실제와 다르게 바꿔놓았다. 이야기의 균형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아마도 내가 충분히 강조하지 않은 탓인 듯하다. 소설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이 소설이 돼지와 인간의 완전한 화해로 끝난다는 인상을 받을 독자가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커다랗게 울리는 불협화음 속에서 소설을 끝내려고 했다. 소련과 서구 사이에 최대한 좋은 관계를 확립했다고 누구나 평가하던 테헤란회담 직후에 내가 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좋은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진 일들은 내가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35~36쪽,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중에서)

《동물농장》은 소비에트 체제가 붕괴하고 이제는 스탈린 시대를 역사 기록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접하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정치권력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전하며, 오늘날에도 자유가 억압받는 모든 현장에 무서우리만큼 생생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책 소개 요약
문예출판사 《동물농장》(에디터스 컬렉션)은 조지 오웰이 쓴 초판본 서문 〈표현의 자유〉와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두 편의 서문을 수록하여 독자의 작품 이해를 돕고자 했다. 전문번역가 김승욱의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매끄러운 번역과 전 세계 디자인 어워드에서 60회 이상 수상한 터키 일러스트레이터 Utku Lomlu의 일러스트를 한국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표지는 가장 사랑받는 현대 고전 중 하나인 《동물농장》을 새로이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 《뉴스위크》 선정 세계 최고의 책 100선
- 《로고스》 선정 20세기를 만든 책 100선
-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 BBC 선정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
- 피터 박스올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 tvN 책 읽어 드립니다 소개 도서

■ 추천사

- 절대적으로 최고의 작품. 볼테르나 스위프트의 작품과 견줄 만하다. _《뉴요커》

- 우리 시대를 위한 현명하고, 인정 많고, 계몽적인 우화. _<뉴욕 타임스>

- 《동물농장》은 지금도 현대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한 훌륭한 풍자다. _맬컴 브래드버리

-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 선지자. _<데일리 익스프레스>

- 이 책은 《걸리버 여행기》 같은 풍자의 고전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험을 이겨냈다. 모든 것을 갖춘 이야기인데도, 독자에게 무엇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_허버트 리드

- 오웰의 재치는 날카로우면서 인간적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영어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의미를 실을 수 있었던 작가는 거의 없다. _《뉴 리퍼블릭》

- 모두를 위한 책. 50년이 흘렀어도 이 작품의 빛은 흐려지지 않았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 유리처럼 투명하고 날카롭다. 《동물농장》은 중의적이다. 스위프트의 날카로움과 명료함을 다 갖췄다. _《애틀랜틱 먼슬리》

- 여기서 오웰은 아주 폭이 넓고 발상이 영민한 풍자를 유쾌한 솜씨로 써내려간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차례

서문 표현의 자유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동물농장

옮긴이의 말
조지 오웰 연보

■ 본문 엿보기

- “자, 동무들, 우리 삶의 본질이 무엇이오? 우리 외면하지 맙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되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서 숨이 끊어지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받고, 힘이 있는 자들은 마지막 티끌만 한 힘이 다할 때까지 억지로 노동을 해야 하오. 그러다 쓸모가 사라지자마자 끔찍하고 잔인하게 도살당하지. 영국의 어느 동물도 한 살이 된 이후에는 행복이나 여가의 의미를 모르오. 영국의 어느 동물도 자유롭지 않소. 동물의 삶은 비참한 노예 생활이오. 이것이 분명한 진실이야.” (43쪽)

-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계속해야 하오? 우리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을 인간들이 거의 전부 훔쳐가기 때문이오.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의 답이 여기 있소, 동무들. 답은 딱 한 마디, 인간이오. 인간이야말로 우리에게 유일한 진짜 적이오. 인간을 몰아내면, 굶주림과 과로의 근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오. 인간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유일한 생물이오. (44쪽)

- 이 세 돼지가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완전한 사상 체계로 다듬었다. 그리고 거기에 동물존중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주일에 며칠씩, 존스 씨가 잠든 밤에 그들은 헛간에서 비밀 회합을 열어 동물존중주의의 원칙을 다른 동물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처음에 동물들은 멍청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54쪽)

- 돼지들은 지난 석 달 동안 존스 씨의 아이들이 쓰다가 쓰레기 더미에 던져버린 낡은 철자법 책으로 읽고 쓰는 법을 독학했음을 밝혔다. 나폴레옹은 누군가를 시켜서 검은색과 하얀색 페인트 통을 가져오게 하더니 앞장서서 가로대가 다섯 개인 울타리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문은 대로와 이어져 있었다. 스노볼이 앞발의 두 관절 사이에 붓을 끼우고(스노볼이 글씨를 가장 잘 쓰기 때문이었다), 울타리 문의 맨 꼭대기 가로대에 적혀 있던 ‘매너 농장’이라는 이름을 페인트로 지운 뒤 그 자리에 ‘동물농장’이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 (62쪽)

- “충성심과 복종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외양간 전투 말인데, 나는 거기서 스노볼이 수행한 역할이 크게 과장되었음을 우리가 언젠가 알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규율이 중요합니다, 동무들. 강철 같은 규율! 그것이 오늘의 슬로건입니다.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적이 우리에게 달려들 겁니다. 설마, 동무들, 존스가 돌아오는 걸 원하지는 않겠지요?” (98쪽)

- 며칠 뒤, 처형으로 인한 공포가 가라앉았을 때 일부 동물들은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라는 여섯 번째 계명을 기억해냈다. 아니, 그런 계명이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돼지나 개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는 아무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전의 살육이 이 계명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뮤리얼이 클로버를 위해 계명을 읽어주었다.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중간의 네 글자가 동물들의 기억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간 것 같았다. (133쪽)

- 그들은 과거에 꾸었던 꿈을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메이저 영감이 예언했던 동물 공화국, 잉글랜드의 푸른 들판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시대를 동물들은 여전히 믿었다. 언젠가 그런 때가 올 것이다. 금방은 아닐지라도, 지금 살아 있는 동물들은 모두 살아생전 그 시대를 보지 못할지라도,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176쪽)

- 열두 개의 목소리가 분노의 고함을 질러댔다. 모두 똑같았다. 돼지들의 얼굴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인간의 얼굴에서 돼지의 얼굴로, 그리고 다시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시선을 움직였다. 누가 누군지 이미 분간할 수가 없었다. (187쪽)

■ 저자 소개

■ 지은이 |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03~1950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1903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벵골에서 인도총독부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이듬해 어머니와 영국에 왔다. 1917년, 명문 사립학교 이튼칼리지에 최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나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인도제국 경찰이 되었다. 1922년부터 버마(지금의 미얀마)에서 5년간 복무하면서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혐오를 느끼고 1928년 경찰을 사직했다. 이후 파리와 런던의 빈민가, 광산촌에서 일용직 노동자, 교사, 서점 점원 등으로 일하며 글을 썼고, 1929년부터 문학잡지에 다수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1933년 파리와 런던에서의 극빈생활 체험을 토대로 쓴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출간하며 이때부터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1934년, 버마에서 경찰로 근무했던 경험을 반영한 소설 《버마 시절》을 출간해 문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1936년 사상적 동반자 아일린 오쇼네시와 결혼하고, 같은 해 12월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원입대했다.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1938년 아내와 스페인을 탈출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해 스페인 내전 참전기이자 사회주의의 이중성을 그린 자전적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를 출간했고 이때부터 정치적 성향이 짙은 작가로 알려졌다. 1940년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 민방위대 부사관으로 근무했고, 이듬해 BBC에 입사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1943년부터 좌파 성향 잡지 《트리뷴》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1945년에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우화 《동물농장》을, 1949년에 전체주의의 철저한 통제하에 지배되는 미래 세계를 그린 소설 《1984》를 출간했다. 지병인 폐결핵으로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1950년 1월 21일 4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 옮긴이 |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고양이에 대하여》,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올리퍼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시리즈),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주제 사라마구의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도플갱어》, 패트릭 매케이브의 《푸줏간 소년》,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등 다수의 문학작품이 있다. 이외에도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관계우선의 법칙》,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나보코프 문학 강의》, 《신 없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옮겨 국내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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